대문 사진 출처_플리커

며칠 전 세현이가 고무 딱지가 갖고 싶다고 해서 문방구에서 한 상자를 사줬다. 그 안에는 왕 딱지도 있고 고무로 홈이 파여 있어 동전 같은 딱지를 넣고 파워를 올릴 수 있다. 한 상자를 사도 동전 딱지는 잘 나오지 않는다던데, 세현이가 산 상자에는 동전 딱지가 1개 들어있었다.

어제 세현이 사촌 형이 놀러 와서 같이 딱지를 가지고 놀았다. 오늘 보니 동전 딱지가 없어져서 세현이에게 물었는데

형이 가져갔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세현이 사촌 형은 항상 뭔가를 빌려 갈 때는 꼭 어른에게 이야기하고 가기 때문에 나 모르게 가져갈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물었으나, 세현이는

형이 그냥 동전 딱지 빼서 가져가 버렸어요. 세현이가 안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말하면서 어제의 일을 아주 자세히 설명까지 해줬다.

혹시나 해서 방을 뒤져 보니 매트리스 아래에 있었다. 세현이에게 다시 한 번

진짜 형이 가져간 거지? 아빠가 전화해 본다.

이렇게 물었는데 전화해보라 했다.

그래서

세현이 거짓말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말하니까 세현이 표정이 이상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내가 찾은 동전 딱지를 보여주니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현이 동전 딱지 잃어버리고 아빠한테 혼날까 봐 거짓말했어? 잃어버려서 혼날까 봐? 잃어버린 건 안 혼나. 또 사면 돼. 그런데 거짓말하는 건 진짜 나쁜 거야.

말하고 있는데 세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거짓말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거야. 잘못했으면 솔직히 말하면 돼. 잘못했습니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하고, 용서해 달라고 하면 돼. 거짓말은 나쁜 거야.

이 말을 하면서….. 나도 눈물이 났다.

나도 사실 애한테 거짓말하고 있는 거잖아….. 이 나라는 거짓말 해야 잘 사는 나라 아닌가. 자기가 해 놓고도 아니라고 잡아떼고, 용서 따위 구하지 않는 사람이 잘 나가고 잘 사는 거 아닌가. 대통령부터도 자기가 대통령인지도 모르고 영부인 코스프레를 하고, 모든 정부 부처가 거짓말. 언론도 거짓말.

세월호 참사도 거짓말 때문에 일어났는데, 관련자들이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안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데….

나는 왜 아이에게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빠 왜 그랬어요. 거짓말은 나쁜거라고.. 왜 그런 거짓말을 하셨나요.

나중에 이런 원망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이런 세상을 물려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