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터포 제트팬 후기

세차 과정 중 가장 귀찮고 재미없는 단계는 드라잉이다. 쉬팅 좋은 LSP로 마무리 된 차량이라면 도장면에 남아 있는 물기가 적다. 그래도 귀찮은 건 마찬가지. 구석 구석 남아 있는 물기를 닦지 않으면 물자국이 남기 때문에 드라잉은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이 귀찮은 드라잉 과정을 조금이라도 쉽게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도구를 찾고 있다.

세차 환자들 사이에서는 허스크바나나 이고 파워 같은 송풍기(소위 대포)를 구입해 드라잉을 쉽게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강력한 바람으로 차량에 남은 물기를 빠르게 날려 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되고 물자국도 남지 않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급 송풍기는 가격대가 높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나 역시 드라잉을 쉽게 하고 싶었지만, 대포를 살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알리에서 파는 터보 제트팬이다. 이 제품은 브러시리스 모터를 쓰고 가격도 40달러로 저렴하고, 내가 이미 여러 개 가지고 있던 마끼다 배터리로도 호환 가능해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여러 사용자들이 알리 터보 제트팬을 추천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끼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을 구매하게 되었다.

처음에 사용해보았을 때는 꽤 만족스러웠다. 강력한 바람 덕분에 드라잉이 빠르게 완료되었고, 드라잉 타월 보다보다 훨씬 편리하게 느껴졌다. 물자국도 남지 않고, 차량 전체에 고르게 바람을 불어주기만 하면 되니 시간도 절약되었다. 몇 번의 세차를 더 기대하며 나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세차를 세 번 정도 하고 난 후, 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팬의 일부가 녹아버렸다. 내가 믿고 구매했던 터보 제트팬이 이렇게 쉽게 망가질 줄은 몰랐다. 사용한 시간이 길지도 않았고, 특별히 무리하게 사용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세차 세 번만에 팬이 녹아버리고 말았다.

알리 터보 제트팬은 분명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장기적인 사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돈 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다시 허스크바나나 이고 파워 같은 고급 송풍기를 고려하게 되었지만, 당분간은 드라잉 타월을 이용한 전통적인 드라잉 방식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세차는 분명 즐거운 취미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면 아쉬움이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믿을 만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가격만을 보고 선택하는 일은 줄여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역시 인생은 한방이다.


게시됨

카테고리

작성자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